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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에그시] Vampire

뱀파이어 에그시가 해리를 3번째로 사랑하는게 보고싶다...

* 의식의 흐름주의. 문체 자유로움 주의. 


0. 


에그시는 나이가 200살이 넘었고 그의 상대는 평범한 인간인거....


처음으로 사랑했던 이는 피츠윌리엄 다아시였고,

두번째로 사랑했던 사람은 조지 6세였고 

지금 사랑 하는 사람은 해리하트 인게 보고싶다. 




미스터 다아시. 

그의 첫인상은 좀 오만했겠지. 귀족의 신분으로 매사 당당한 그자세가 눈에 좀 거슬렸겠지. 별로라고 생각했을거야. 마을사람들을 모두 초대한 그의 생일파티에서 본 그는 에그시의 마음에 별로 쏙 들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산속에서 길을 잃고 뭔가 어두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으로 부터 습격을 받고 있는 저를 사냥나온 다아시가 구해주고 간호해줬을때 자신이 무슨 편견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됐지. 

그는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몇날몇일을 앓아누워있던 에그시는 어느날 밤 홀린듯이 열병을 털고 일어났고 그때 다아시 집안의 하녀하나를 물어죽이고 말았지. 갖은 노력으로 그 사실을 숨긴채 다아시의 곁에서 그를 사랑했어. 사람대신 짐승의 피로 연명하면서. 알수없는 전염병에 걸려 죽어가던 그가 에그시를 보며 마지막으로 한 말은 '너는 한결 같구나.' 였어. 무슨의미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의미로는 에그시의 폐부를 찔렀지. 자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걸 알릴 수 없었어. 



그 이후로 오랜 세월이 흘러 신문에서 새로운 왕의 등극을 알리는 것을 보며 에그시는 놀랐어. 다아시가 살아온것 같았지. 100년가까운 세월을 지켜온 자신의 사랑. 하지만 이번에도 자신은 그저 평민이었고 그는 더더욱 다가갈 수 없는 왕이었지. 아름다운 부인과 어여쁜 자식들을 둔. 그 얼굴이라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간 연설장에서 에그시는 귀를 의심했어.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와 더듬거리는 말주변은 자신이 사랑했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어. 저마다 왕의 자격을 의심하는 소리를 뱉어낼때 에그시는 살며시 웃었어. 그런 말더듬이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거든.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었지만 새로운 왕은 말을 다 잇지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왔어. 도망치듯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에 에그시는 왕실의 호위병이 되기로 했어. 비록 해가뜬날엔 약했지만 궂은날이 많은 런던은 에그시에게 유리했지. 오랜세월을 살았고 익혀온 기술이 많아서 못할게 없었어. 어느날 마당에서 뛰어놀던 마거릿 공주가 크게 넘어질뻔 하던것을 에그시가 받았고 뒤쪽에서 대신들과 이야기를 하던 조지는 그모습을 보았지. 그날 처음으로 에그시는 조지의 눈빛을 봤어. 감히 마주할 수 없는 눈을 한참을 보고나서야 공주를 놓아주며 자세를 바로했지. 그는 고맙다는 인사만 짧게 건네곤 공주를 달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어. 에그시의 지위가 승격될때마다 조지의 말더듬이 버릇은 고쳐졌고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는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지. 그리고 오래지 않은 시간뒤 에그시가 보는 앞에서 그는 잠을 자듯 세상을 떠났어. 그의 죽음을 두번이나 본 에그시는 마음이 무너지는것 같았지만 그 전처럼 오래 울진 않았어 잠든 그의 머리를 한번쓸고는 이번 생에 한번도 마주하지 못한 그 입술에 작은 자욱을 남겼을 뿐이지. 지난 번에 받은 사랑을 충분히 돌려주고 싶었다고 읖조리면서. 



그리고 또 많은 세월이 흘렀어. 에그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을 하면서도 일면 지쳐있었지. 대신 현대가 되고나선 인간의 피를 구하긴 어렵진 않았어. 헌혈이라는 시스템이 살려주는 셈이었지. 즐거운것도 없었고 아쉽거나 미련이 남는것도 없었어. 하루는 그냥 햇볕을 받아 타죽을까 까지 생각했었어. 하지만 민첩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신체는 자신을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지. 생명을 유지하는건 본능이니까.  

멍청하게 길을 걷던 어느날 길건너의 원인모를 교통사고가 났을때도 마찬가지였어. 자신쪽으로 향하는 차량두대를 피해 거의 2층높이로 뛰어서 넘고는 손바닥만 탁탁 털며 자리를 벗어났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벗어나려 했지. 이 검은옷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자네, 이름이 뭐지?"


에그시는 말문이 막혔어. 


"그래 신사라면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하는게 예의겠지. 난 해리 하트란다." 


세번째였어....





1. 

"난 해리 하트 란다."


그 말을 하며 자신의 오른손을 악수를 기대하듯 내미는 그 사람을 쳐다봤어. 그자리에서 그냥 한동안은 넋을 놓고 보고 있었던것 같아.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그의 표정에 약간의 의아함이 담길때쯤 에그시는 한쪽으로 쓴 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스쳐지나갔어. 허공에 버려진 그의 오른손이 몇번 주억거리더니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뒤돌아 에그시의 걸음을 눈으로 쫓았지. 약간 안경을 올려쓴 그는 완전히 에그시쪽으로 몸을 돌려섰어. 그러는 동안에도 에그시는 뒤 돌아 보지 않았어.


그를 보아봐야 달라질 것은 없었어.


다아시에게 한없는 사랑을 받았고 조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었지. 저 새로운 해리하트에겐 받고 싶은것도 주고싶은것도 없었어. 에그시는 그저 공허했어. 그저.... 또 한번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어. 인간이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니까. 모든사람은 세상을 떠나니까.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니까. 다아시에겐 막대한 재산과 가문의 사람들이 있었고, 조지에겐 사랑하는 가족과 국민이 있었지. 저 사람은... 여전히 귀족적인 어투를 보니 틀림없이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것일테고 주변에 사람도 많을거야. 사랑하는 이가 떠나면 자신은 언제나 혼자가 되었는데 상대는 죽음의 기로에서도 손을 맞잡아주는 사람들에 쌓여있었어. 그런 고독을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았어.


절대 뒤돌아 보지 않았어.



-



처음 사람들의 향기를 맡을때 자신은 마치 굶주린 사람처럼 그 향에 취해 입맛을 다시고 있었지. 인간의 인성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짐승처럼 그들에게 달겨들었을거야.


에그시는 다아시를 잃었을때 깨달은게 하나 있었어. 모든 사람에겐 고유의 향기가 있다는 거였지. 그의 숨이 끊어지며 그 향이 조금씩 없어져갔고 그가 땅속으로 묻힐땐 그 앞에서 몇일동안이나 비맞은 개처럼 땅에 얼굴을 박고 있었지. 흙냄새 사이로 그의 향기가 계속 묻어나올때 까지. 해가뜬날엔 그가 입었던 옷을 온몸에 감싸고 울었고 비가오는날이면 그의 무덤으로 가서 코를 땅에 묻고 울었어. 1주일쯤 흘렀을때.... 그의 냄새가 더이상 나지 않았지. 오로지 흙냄새만 전해졌어. 그를 보내는데는 1주일이 걸렸어. 그때 알게됐지. 모든 사람에겐 고유의 향기가 있다는걸.


집 근처, 어딘지 보이지 않지만 그 해리하트라는 사람의 향기가 게속 주변을 돌았어.
무슨이유에서 인지 알 수 없지만 미행을 하는거겠지. 다정한 귀족남자와 말더듬이 군주... 그래 이번엔 뭘까. 20대로 보이는 나를 미행하는 이유가. 에그시는 짐짓 모른척했어. 인간에게 쏘는 최면가스나 최류탄등은 먹히지도 않을 것이고 무력으로 공격해온다해도 이길 수 있었지. 한때는 왕실의 최측근 호위무사 였으니까.


개의치않고 길을 잡았어.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자 그의 향기가 없어졌어. 내가 아니라 내 집이었나? 에그시는 피식 웃고는 상관없다는듯 계속 걸어갔어.



-



이런 요란스러운 클럽의 웨이터일은 의외로 할만했어. 시끄럽고 또 정신도 없었지만 세계전쟁이 있던 때만 해도 이른 늦은 밤에 일을 한다는건 쉬운일이 아니었지. 이쪽일을 하게된지 몇년이 흘렀지만 한때 일것 같았던 화려한 밤문화는 해마다 상승세를 보일뿐이었어. 그래도 이 유행이 없어지기 전까지 당분간-십수년이라고 해도 에그시에겐 당분간이니까- 생활을 유지할 수입원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축적해둔 부가 없는바 아니지만 의외로 햇볕을 차단하는 아이템에는 돈이 많이 들어갔으니까. 곧 해가 길어지는 여름이 되기도 했고.


땀을 흘리는 인간들의 냄새엔 이젠 익숙해졌어. 냉장고에 넣어둔 유리잔에 맑은 피를 부어 마시는 것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지. 입술을 발갛게 물들이고 그 맛을 음미하노라면 간혹 정신나간놈들이 추파를 보내기도 했어. 그럴때마다 에그시는 성난 이빨을 보여주며 꺼지라고 했지. 대부분은 겁에질린듯 떠났고 몇몇은 섹시하다며 한번 더 보여달라고 하다가 눈빛까지 붉은빛으로 바꿔주면 그제서야 자리를 뜨곤 했지. 그래도 소위 '뱀파이어'라고 신고당할 걱정은 없었어. 여기있는 모두는 술이 아니면 약에 취해 순간적으로 자신이 헛것을 봤노라고 하겠지. 내일 아침에 기억 못하는 놈들도 있을 것이고.



"쾅!"


스테이지의 한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왠 남자놈 둘이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어. 그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에그시는 놈들의 주먹질에 피가 튀기는 장면까지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어. 방금전 신선한 피를 공급받은 덕인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핏줄기가 오히려 역하게 느껴졌어.  그 상황을 피하려다 에그시는 사장과 눈이 마주쳤고 못이기듯 내려갔어.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 둘 사이를 파고들었지만 둘은 마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싸워댔지. 에그시의 눈에는 캣파이터로밖에 안보였지만. 그때 한놈이 스테이지의 스탠드 마이크를 뽑아 던졌어. 그걸 맞으면 최소 전치 8주가 분명했어. 물론 중간에선 에그시가 공중에서 낚아채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리고 상대가 던진 맥주병도 다른 한손으로 받아냈고.


"신사답게 말로하시죠."


에그시의 한마디에 장내는 쥐죽은듯 조용해졌어. 에그시는 눈짓으로만 주변을 살짝 살피고는 스탠드마이크를 내려놓고 무대에서 내려와 맥주병을 들고 한쪽으로 사라졌어. 이정도의 행동에 겁을 먹는 놈들이라면 절대 이 안에서 다시 싸우진 못할거야. 그런데 잠깐. 이 냄새는...



눈앞에 다시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어. 클럽의 어두운 조명에도 절대 죽지 않는 스트라이프의 정장을 한 그사람이었지. 이번엔 안경을 쓰지 안은채였어. 그래서... 더 피할 수가 없었어. 안경하나만으로 조금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이모습은 지난 세월속 자신의 사랑이었어. 에그시는 눈을 꾹 감았다 뜨곤 웃으며 말했어.


"뭐 주문하시겠어요?"
".... 마티니 한잔."
"저쪽 바에 계시면 가져다 드리죠."


에그시는 턱짓으로 비어있는 바를 가리켰고 다시 가던길을 잡았어. 손에 들린 맥주병이 조금씩 아작나고 있었고 그것이 에그시의 피부를 뚫고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픔이 아니었지.



오로지 지금의 아픔은....
저 사람의 눈빛을 마주하는 것 뿐이었어.




2. 


그의 주문은 까다롭지 않았어.

그저 마티니 한잔.

물기한점 없는 맑은 칵테일잔에 진을 부으며 에그시는 잠시 고개를 들었지. 조지는 진1.5와 베르무트0.5의 조합을 좋아했는데... 과연 저사람도 그럴까. 에그시는 자신의 판단으로 제조한 마티니에 그린올리브를 띄워 들고 나섰어. 멀지 않은 바에 보이는 그는 스테이지쪽으로 몸을 돌리고 한쪽팔꿈치를 바에 기댄채 살짝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높은 의자임에도 한쪽 발끝이 땅에 닿아있는 모습이 한편으론 우아해보이기도 했어. 에그시는 한숨을 쉬듯 미소를 짓고 그의 뒤쪽으로 다가가 조심히 마티니를 내려놓았어.

아주 얕은 달그닥 하는 소리에 그가 돌아보았지.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속에서 이런 작은 소리를 캐치하는 것을 보아선 그도 보통은 아닌 것 같았어.


"가장 베이직한 걸로 만들어 왔습니다."


에그시는 그를 보며 어색하게 웃고는 바에 팔을 기댔어. 그는 그런 에그시를 보곤 가벼운 미소한번 흘리지 않고 그 마티니를 들어 향을 맡고 입에 살짝 머금었어.

 

"나쁘지 않네."


좋지도 않다는 의미겠지. 에그시는 눈을 피해 바앞에 어지럽게 놓인것들을 정리했어. 혼자온 손님의 상대를 하는건 종업원으로써의 의무였지만 여전히 그의 눈을 마주하고 싶진 않았거든. 자신의 표정이 묘하게 경직되는건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정도였어.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았지. 최소한 이사람은... 자신을 찾아 이곳으로 온게 틀림없으니까.


"몸이 민첩하던데."

 

마티니를 한번더 홀짝인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문을 여는게 느껴졌어. 에그시는 돌아보지 않았지.

 

"타고났어요."


물기가 묻어있는 유리잔을 닦으며 대답했어.

 


 

아주 오래전의 다아시가 생각났어. 그를 사랑하게 되고나서부턴 오히려 그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지. 그전엔 당돌하다 여길정도로 노려보고 쳐다봤으면서도 정작 사랑에 빠진뒤로는 눈앞의 다아시에겐 말을 건네면서도 눈빛을 건넬 수 없었어. 그의 눈빛은 다정하면서도 압도적이었으니까. '말을 할땐 상대를 쳐다보는게 예의지. 에그시' 그의 달콤한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들었었는데 그 눈빛만으로도 에그시는 온몸이 달아오는 것 같았어. 더 깊은 사랑에 빠졌던것 같아. 바로 그날에.

 

"말을 할땐 상대를 쳐다보는게 예의지."


에그시는 순간 귀를 의심했어. 컵을 닦던 손이 순간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지. 그리곤 고개만 살짝 돌려 그 남자를 보고 미소지었어. 지나치게... 닮았어. 그냥 그때의 사랑이 살아서 돌아온 것처럼. 에그시는 눈빛을 거두고 다른 컵을 들었어. 역시나 그의 눈을 마주한다는건 곤욕이었어.

 

"쑥스러움이 많아요. 제가."

"그래 보이네."


그는 칵테일잔을 가볍게 돌리곤 다시 입을 축였어. 여전히 많이 닮은 눈빛이지만 그런 행동은 이전의 다아시나 조지에게선 볼 수 없는 행동이었어. 물론... 셋다 다른사람이겠지. 나 혼자 오래전의 다아시의 흔적을 찾아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고통받는거겠지. 물컵을 닦는 에그시의 손이 느려졌어. 공허한 눈으로 먼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었지. 지난 두사람을 한사람처럼 사랑했었는데.... 


"고민이 있나."

"네?"

"이런곳에 오면 보통은 말을 걸어주는데 자네는 말을 듣기만 하는것 같은데."

"아... 말주변이 없어요."

"그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쳐다보았던 눈빛을 거뒀어. 그를 바라보지 않은채 움직였던 덕분인지 주변에 더이상 치울게 없어졌지. 


"그럼 이 직업이 안맞는건 아닌가?"

".... 제가요?"


글쎄. 밤에 일 할 수 있는 직업이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놓고 피를 마실 수도 있고.... 모든 점이 자신에게 적합다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쑥스러움도 많고 말주변도 없다고 한다면 말이지."

"아... 하하." 


에그시는 웃었어. 그런 되도 않는 변명들이 오로지 당신을 향한것 뿐이라고 한다면 믿어줄까. 아니, 그런변명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 그저 자신을 상대로 재미없다고 느끼고 별거 없다고 느끼면 다신 찾지 않겠지. 그래... 다시 나를 찾지 않겠지. 그럼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겠지. 이사람이 날 계속 찾는다면 마음먹고 런던을 떠버리면 그만. 런던을 떠나면... 그날 이후로 가지 않았던 맨체스터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지. 다아시의 고향으로. 하루하루 그의 흔적을 쫓다가 그가 좋아하던 별이 빛나는 밤하늘아래 무덤앞에서 잠들다 아침에 해가 들면.... 



"다른일을 해볼 생각은 없나?"


에그시의 행복하지만 어두운 상상을 걷어낸건 해리의 목소리였어. 그 타이밍이 하도 기가막혀서 에그시는 피식- 세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곤욕이었지. 여전히 그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채 말을 이었어.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는데 그 눈빛마저 본다면 정말 울고싶어질지도 몰라. 


"전 이일이 잘 맞아요."

"몸을 그렇게 잘 쓴다면 더 멋진일을 소개 해 줄 수도 있는데."

"맥주병 던지는 손님들이 많아요. 그냥 몸에 익은것 뿐이예요." 

"차사고를 피하는 사람은 흔치 않지." 


에그시는 그를 처음으로 보던 순간이 떠올랐어. 자신쪽으로 밀고들어오던 두대의 차량은 에그시에겐 놀라움축에도 들지 못했지. 눈앞에 나타난 그사람 때문에. 에그시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어. 해리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고 지폐약간을 꺼내 다 마시지 않은 칵테일잔 밑에 껴두었지. 


"다음엔 따지않은 베르무트를 10초간 바라보며 저어주길 부탁해두겠네."


역시나 그는 조지가 아니었어. 자리에 일어선 그가 뒤돌아 섰을때 비로소 에그시는 그사람의 뒷모습을 봤어. 저 넓은어깨와, 정갈하게 빗어넘겼음에도 곱슬거리는 뒷머리를 보고 저도모르게 미소지었지. 너무 오랜세월 그리워 하던 모습인데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어. 에그시는 막혀오는 가슴께를 살짝 부여잡았어. 자신의 심장이 소리를 내지 않은지 오래되었음에도 다아시는, 조지는, 해리는 여전히 에그시의 가슴께를 아프게했어. 그의 마지막 말을 되네이며 에그시는 런던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 



-



새벽녘 문앞에 다다른 에그시는 자신의 집앞에 서있음에도 현관의 문고리를 잡아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어. 그의 향기야. 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지금 이안에 있어. 자신의 집안에. 손잡이를 잡지 못해 몇번이나 허공에 뜬 손을 주억거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들어와."


에그시는 눈을 감으며 피식 웃었어. 여긴 분명히 자기 혼자사는 집인데 들어오라니. 누가 허락을 내리고 누가 허락을 받는단 말인가. 에그시는 손잡이를 잡아 돌리며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어. 그리곤 차가운 표정으로 바꿔 말했지.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시면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어요." 


낡은 의자에 걸터앉아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에그시에게 다가왔어. 그의 두걸음 정도를 본 에그시는 바로 고개를 돌렸지. 서너걸음만에 어느정도 가깝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게 느껴졌어. 에그시는 화가난듯 눈을 감고는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냈지. 정말 경찰에 신고할 작정이었어. 핸드폰의 전화버튼을 누르는 찰나에 그의 손이 먼저 움직여 에그시의 손등을 치고 공중에 뜬 핸드폰을 낚아챘어. 굉장히 낯설었어. 


"주세요."


에그시의 핸드폰을 손에 든 남자는 그 화면을 잠시 보더니 자신의 뒤쪽 협탁위로 올려뒀어. 


"라임파크."


핸드폰 배경화면을 한번에 알아보다니. 에그시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어. 그를 제치고 다시 핸드폰에 손을 대려하자 그가 또 손목을 쳐냈지. '하!' 하는 소리를 낸 에그시는 힘을내서 그를 밀쳐내려 했고 그때마다 해리의 손이 그를 막았어. 클럽에서의 캣파이터 놈들보단 훨씬 유려한 몸짓으로 움직였지. 

마지막으로 에그시의 손이 협탁위의 핸드폰을 집었을때 해리는 그의 손을 잡아 눌렀어. 졸지에 손이 잡힌 에그시는 놀란마음에 잡아 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완강했지.  


"재주가 좋구나."

"아니까 이것좀 놓으시죠."

"신고해도 나는 잡혀가지 않는다."

"...."


에그시는 그를 가만히 노려봤어. 여전히 에그시의 손을 잡은채 남은 한손으로 안주머니에서 안경을 빼서 쓰는그는 안경다리를 살짝 만지고는 에그시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어. 


"이름이 뭐지?"

"...."

"두번이나 대답하지 않을셈인가."

"하, 낯선사람한테 함부로 이름을 말해주는게 아니라고 배워서요."

"....."


그의 눈빛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어. 고요하게 응시했지. 

에그시는 또 그의 눈빛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어. 최면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 의심했지. 


"에그시요."

"그래. 에그시."


해리는 에그시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주머니에 든 목걸이를 꺼내 에그시앞에 내밀었어.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빈티지버전 같았던 목걸이를 내밀고는 뒤집어 적힌 숫자를 보여줬지.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전화하렴."

"무슨생각이요."

"새로운 일을 해볼 생각. 네가 원한다면 햇볕을 피하게 해줄 수도 있다."


해리의 말에 에그시는 놀란눈을 하고 그를 올려다 봤어. 그 동그란 눈빛을 보던 해리는 에그시의 방한쪽의 커다란 암막커튼을 손끝으로 살짝 가리켰어. 


"런던에서 해를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 



-



침대에 걸터앉은 에그시는 그가 건넨 목걸이로 손장난을 하고 있었어. 손끝에 만져지는 각인된 전화번호를 살살 긁어대기도 했고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며 던지고 받고를 하다가 그만 찰나의 실수로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졌어. 하지만 에그시는 다시 그 목걸이를 줍지 않았어. 


다아시도 조지도 자신이 해를 볼 수 없다는건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는 바로 알아차렸지. 

에그시는 가만히 눈을 감았어. 여전히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또 이렇게 슬며시 그에게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지. 





다시한번 그 미소를 보고 싶지만,

또 다시 그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어. 


에그시는 그 목걸이를 발로 차 침대 밑으로 넣어버렸어. 

역시 런던을 떠나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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