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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해리에그시] 망할 룸메이트

리퀘박스 26 180818 리퀘 [젊해리에그시] 망할,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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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몇시야."
"...어? 안잤어?"


어둠속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침대한켠의 보조등이 '딸깍'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2시가 넘었네."
"....아,응. 나 때문에 깼나보네."
"그렇게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고 들어오는데 어떻게 안깨?"
"....."


할말없게 만드는덴 선수다. 평소에도 말씨름을 이겨본적이 없는데 이런 '죄'를 저지르고 뭐라 변명의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괜히 말대꾸를 했다가 말싸움으로 번질게 뻔해 대답도 없이 속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10분쯤 씻고 나오면 도로 자겠지뭐.

.... 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 였을까.
들어왔을때만 해도 불도 다끄고 보조등 하나만 켜놨던 해리는 실내 불을 다켜고 침대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마치 담판이라도 짓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있다.


"일단, 머리 말리고 자리에 앉아봐."


아... 잔소리 듣기 싫은데.
모른척하고 시끄러운 드라이기 소리를 냈다. 야속하게 5분만에 마른 머리를 손으로 대충 부시면서 방으로 들어와 그의 맞은편에 놓인 침대에 걸터앉으니 앞으로 끼워져 있던 팔짱이 풀리고 자신이 앉은 자리 양옆을 짚고 저를 노려본다.


"너 이게 몇번째 인지 알아?"
".... 한... 다섯번쯤?"
"13번째야."
"... 해리. 내가 늦게 들어와서 잠깬건 미안한데 지금 조금..."
"누구만난건데?"
"... 친구만났겠지. 그걸 니가 왜 묻는데?"
"누구? 찰리? 루푸스? 록시?"
"록시다. 왜."


조금 큰소리로 반항하자 찌푸려진 인상에 더 힘이 들어간다. 얇은입술을 짓이기는게 꼭 질투라도 하는 모양새라 그 꼴을 바라보는게 적잖이 재밌기도 했다. 얘는 이러지만 않으면 내가 진짜 엄청 좋아했을거야.


"너네 둘이 사귀어?"
"....뭐?"
"둘이 사귀냐고."
"갑자기 무슨말이야."
"대답해."
"그냥 친구야. 근데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하는거냐? 좀 늦은거 미안하긴 한데 내가 그런것 까지 너한테 일일히 다 보고해야돼? 니가 내 애인이라도 되냐?"
"애인이면 그런거 다 공유해?"
".... 너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럼 나랑 사겨."
".... 뭐?"


진심으로.
진심으로 해리가 무슨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랑 뭘? 어째?

반쯤 벌어진 입에 멍청한 눈을 하고 대답은커녕 숨도 턱턱 막힌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껏 눈을 마주치고 있던 해리가 시선을 피한다.


"... 왜?"
"어차피 너 나 좋아하잖아."
"... 내가?"
"시도때도 없이 곁눈질 하고, 목욕하고 나오면 얼굴 새빨개져 있고. 모르는척 해주는 것도 한계다."


그말만 들어보자면 본인은 마음이 없는데 마치 '사귀어 주는' 관계를 만들겠다는건가 싶어 얼굴 표정이 약간 무너졌다.
호감은 있었지만... 사귀고 싶었던건 아닌데 왜 니가 선심을 쓰는건지...


"나 너 안좋...."
"발뺌하지마. 그러니까 앞으로 시간되면 들어오고 누구만났는지 다 보고해."
"야, 니가 뭔데 자꾸..."
"오늘 부터 1일. 됐지? 자라."


도무지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는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불을 다 끈 해리는 '풀썩'소리와 함께 이불속으로 들어가 저에게 등을 지고 눕는다.
내가 왜 너랑 사겨야하고.... 그리고 너는 지금 그게 사귀자는 태도가 맞냐?

한마디라도 더 쏘아붙히고 싶은데 뭔가 창졸지간에 당한데다 돌아누운 녀석을 흔들어 깨울 용기도 없었다.
결국 그 잘못으로 아침에 일어난 둘은 '오늘 부터 1일' 인 상태로 어색한 냉기를 뿜었다.



*



"뭐? 그게 말이돼?"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거냐고."
"흠... 어쨌든 잘된건가?"
"뭐어?"
"너 맨날 시도때도 없이 해리 얘기 했잖아. 똑똑하다 잘생겼다 등등. 난 니가 걔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아, 아니라니까! 그냥 잘생겼다고! 사람이 잘생겼으면 감탄도 할 수 있고 그런거지!"
"무슨 감탄을 그렇게 수시로 하냐?"
"여기서 뭐해?"


록시와 나란히 앉은 벤치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내린다. 아 또 저 차갑고 잘생긴얼굴.


"어? 해리."
"뭐하냐고."


록시의 인사엔 별로 관심도 없는지 에그시만을 쏘아보는 해리의 말투에 에그시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나랑 수다 떠는 중이지. 보면 모르냐?"
".... 수업 끝나면 보자고 했던거 잊었어?"


숙였던 고개가 번쩍 들어올려지며 깨물렸던 입술이 벌어진다.
아침에 기숙사를 나서면서 그런말을 했던 것 같긴한데... 새까맣게 까먹었지. 이 기가막힌 상황을 록시에게 전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에그시. 너 약속있었어?"
"난... 그게 약속인줄 몰랐는데."
".... 알았어. 그럼 늦지말고 들어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 에그시의 정수리를 가만히 쏘아본 해리는 들릴듯 말듯한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저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는 록시를 힐끗 보곤 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록시는 에그시의 어깨를 때리며 작게 웃었다.


"아, 미쳤네!"
"아퍼."
"야 쟤가 너 좋아하네!"
"... 뭐래. 아니거든. 나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 하려고 저러는거야."
"야, 너 그렇게 둔하면 세상살기 안불편하냐?"
"안둔하거든요."
"너무 둔해서 고구마 먹은것 같거든요. 와 해리하트 저런면도 있네."
"뭐가 어쨌는데?"


그녀의 반응에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해리의 꽁무니 하나 보일리가 없다.


"너가 자기 안만나고 나 만났다고 상처받은것 같은데?"
"그럴리가."
"오늘 꼭- 일찍 들어가라. 나 저런 독한놈한테 찍히고 싶지 않으니까."
"하... 어색한데."



*



사실 록시의 말을 듣고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해리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왠지 우위에 있을 것도 같았다. 내가 좋으면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을까? 그럼 앞으로 잔소리도 안하지 않을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 그다지 평소보단 조금 이른 시간에 방에 들어왔지만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었다.
평균적으로 책상에 앉아 저녁 11시까지는 과제나 독서를 하는 해리는 누군가 문을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못들었을리도 없는데 고개 한번 돌리는 법이 없다.


"나 왔어."
"응."


일방적이기 짝이없던 약속 잊어버렸다고 싸늘하게 쳐다본 사람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언제나와 같은 탄탄한 어깨와 넓은 뒷모습은 저를 향해 조금도 비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찍 들어온 덕분인지 그는 평소같은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일찍 들어왔으니 됐다 이건가.

일찌감치 씻고 침대에 반쯤 누워 스마트폰으로 여러 사이트를 뒤적거린다. 방안엔 종이넘기는 소리와 이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가득하다. 곧 2일째인 커플이 한방을 쓰고 있다는건 신도 모를것이다. 티안나게 작게 한숨을 쉬니 해리의 책이 완전히 덮힌다.


"에그시."
"...어?"


되게 낯설다. 이름으로 불리는거. 예전엔 언윈이었고 최근엔 그냥 '야'였는데.


"......"
"왜?"
"너 신경쓰여."
"... 뭐라고?"
"옆에서 계속 이불 바스락 거리는 것도 그렇고. 계속 작게 한숨쉬는 것도 그렇고."
"야."
"...."
"너 하나만해. 늦게 들어오는거 뭐라해서 일찍 들어왔더니 이젠 움직이지도 말라고?"
"신경이 쓰인다고."


하마터면 토시하나 거르지 않고 심한욕이 나갈뻔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협탁위에 올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럼 내일 아침에 같이 기숙사 사무실에 가자."
"거긴 왜."
"방 바꿔 달래게. 아니면 너혼자 쓸 수 있는 빈방 남았는지 보자."


그렇게 싫으면 방 바꾸자는 말을 겨우 걸러서 최대한 착하게 말해봤지만 해리의 표정은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표정도 없던 그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뭐가 또 맘에 안들어서 저러는 걸까.


"싫어."
"너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건데! 좀 심하잖아!"
"신경이 쓰여! 니 존재가 그냥 다 신경쓰이고 날 예민하게 만들잖아!"
"그게 내 잘못이야? 어? 밑도끝도 없이 그냥 사귀자더니 이젠 신경쓰인다고?"
"...."
"그래, 좋아. 알았어. 야, 내가 그냥 완전히 꺼져주면 되냐?"
"야."
"너 존나 짜증나."


그게 그렇게 서러울 일이었을까. 치고 올라온 화가 가라앉질 않아 손이 떨린다.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의 커다란 가방을 꺼내 바닥에 던져놓고는 협탁에 올려둔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막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것을 낚아챈다. 누구겠어. 이 방의 독재자 해리하트지.


"내놔."
"뭐하는거야."
"사라져준다니까? 내놔 내꺼."
"... 어딜 사라진다는거야."
"내가 아예 사라지면 늦게 들어온다고 신경쓰일 일도 없을거고, 바스락댄다고 신경쓰이지도 않겠지. 안그래? 당장 내놔!"


녀석의 팔을 잡고 당겨봤지만 이 범생이가 힘도 좋은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해리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폰을 되찾을 길이 없자 결국 서러운 눈물이 치고 올라온다.


"내노라고!"
"미안해."
"내놔!"
"미안해, 에그시."
"당장 내놔. 좋은말할때."
"못줘."
".... 뭐?"
"이 시간에 어디 가려고? 또 록시한테 가려고? 그래서 다시 안오겠다고?"
"니가 바라는게 그거잖아.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거."
"넌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한테 사귀자는 소리 하냐?"
"..... 헛소리 하지마. 너 화나서 아무말이나 지껄인거잖아."
"넌 화나면 아무한테나 사귀자고 해?"
"야, 누가 들으면 니가 나 좋아하는줄 알겠다?"
"맞아."
".... 뭐?"
"너 좋아해."
"..... 왜?"
"몰라! 왠지는 나도 모른다고! 그래서 신경쓰여. 짜증나! 늦게 들어오면 걱정되고!"
"근데 왜 방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지랄이야!"


마주선 해리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평소처럼 차갑고 까칠하던 그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리더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보는 표정에 왠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친구들 하고 놀고 싶은데.... 나 때문에 들어와서 놀지 못하니까."
"....."
"자."


해리의 손에 들렸던 핸드폰이 원래의 주인을 찾아 돌아왔다.


"그냥 너무 늦게만 들어오지마. 누구랑 만났다고 얘기하고. 그리고..."
".... 그리고?"
"사라진다는 말... 안했으면 좋겠어."


별 말같지도 않은 이상한 고백이었다.
해리는 하고싶었던 말을 마친건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돌아서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잠시후 샤워기 소리가 들리고 녀석이 씻는소리가 고스란히 귀에 와 박혔다.


그러니까...
날 좋아해서 그런 말도 안되는 잔소리를 했다는거야?







"해리 하트."
"....왜."
"너 진짜로 내가 좋아?"
"....."

욕실에서 나온 그의 정면에 서서 물어보니 그는 말도 못하고 자기 침대로 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등을 지고 눕는다.


"그것도 그냥 한말이지? 너 자꾸 사람 가지고 놀면 못써."
"....."
"괜히 사람 놀래키고 말이야."
"믿기 싫으면 믿지마."
"...."
"난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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