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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에그시] 고양이가 아니야?

리퀘박스 15 180512 리퀘 [해리에그시] 고양이가 아니야?



막전개 ㅈㅇ, 오타비문ㅈㅇ
7천자 이후 유료게시. (총 20,000자)






순탄치 않은 교전이었다.
해리는 심하게 깨져 금이 간 안경 다리를 두어번 두드리다가 신경질 적으로 벗어 양복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었다.


"나도 늙었군."


왕년의 해리하트라면 상대가 100명이든 200명이든 문제가 될 것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치열한 교전끝에 스마트 안경은 완전히 망가졌고 손목 시계도 시계 이외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마땅한 gps를 잡을 수 없으니 지금 의존 할것은 하늘에 뜬 달과 별,  시계 뿐이다. 이 시간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이루는 각도를 보며 방향을 잡고 있으니.... 원시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문득 아무런 기계에도 의존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 떠올라 잠시 눈을 감았다. 별을 보고 달을 보고 해가 넘어가는 각도로 시간을 측정하고.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아기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아앙..."


요즘에도 산에 아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해서 들리는 떨리는 목소리에 해리는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심신은 지쳤고 자신역시 어떻게 이 수풀을 빠져나가야 할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깊은 산중에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산짐승도 있을텐데...


"아아앙..."


꽤 오랜시간 울기라도 한건지 꽤 지척에서 들리는 아기의 목소리는 조금 탁한 상태였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수풀을 헤치며 걸음을 옮기자 어스름한 달빛이 비추는 곳에 수풀이 푹 꺼져 있었다. 작은 생명체가 그 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후우'하는 긴 한숨을 내쉬고 손을 내밀어 손끝에 만져지는 축축한 생명체를 들어 품에 안았다.


"...어?"


품에 들린것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였다. 짧은 털이 뒤덮힌 몸, 길게 늘어진 꼬리, 말랑한 발바닥... 그리고 축축하게 젖어 잘게 떨리는 생명체.
어린아이 처럼 울어대는걸 보니 아마도 고양이 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다시 내려 놓으려했다. 자신이 평생 키워본것은 요크셔테리어 한마리 뿐이었고 고양이의 습성이나 행동패턴 역시 아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체온이 떨어진 거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 작은 생명을 내려놓으려던 팔을 오므려 다시 품에 안았다. 안전한 자세로품에 안긴 녀석은 정신을 차린건지 어쩐건지 마치 경련이라도 난듯 몸을 떨며 해리의 품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갔다.


"그래. 내려가자."


일단 오늘은 밤이 깊으니 집으로 가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 유기묘 센터에 보내던가 해야겠지.
말을듣지 않는 전자기기들, 희미하게 보이는 북두칠성의 자리, 품에안긴 작은 생명, 어스름한 달빛을 가로등 삼아 다시 산 밑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 * *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해리는 먼저 침실로 들어가 장을 열고 쓰지 않는 이불을 급하게 꺼내 소파위에 펼쳤다. 그리곤 펼쳐진 이불위로 품에 안았던 고양이를 내렸다. 떨고 있는건 여전했고 자신도 여전히 고양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 그저 '그냥 그렇게 하면 되겠지' 라는 막연한 판단으로 해리는 욕실의 수건을 가져와 소파에 내려둔 고양이의 젖은 털을 조금씩 털어냈다. 부숭한 짧은 털에 물기가 조금씩 말라간다. 어느정도 젖은 털을 정리한 해리는 몸을 일으켜 녀석이 깔고 누운 이불의 남은쪽으로 작은 몸을 가볍게 덮었다. 지친 몸을 일으키고 난 뒤에야 군데군데 총알이 박힌 회색 수트 옆구리가 물에 젖어 짙은색으로 바래있었고 팔과 몸앞으로는 금빛의 갈색털이 벌써부터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삐-'


거실에서 기계음이 울리고 해리는 몸에 걸친 수트 자켓을 벗으며 소리가 난 곳으로 걸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네."
[세상에, 갤러해드. 살아있었습니까?]
"놀랍게도."
[중간에 교신이 안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걸었더니 이렇게 멀쩡히 들어와 계시는군요.]


멀린의 한숨섞인 말을 들은 해리는 자켓을 든 손을 허리에 받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84명이었다는 정보는 사전에 입수를 못했던게 틀림없겠지. 그랬다면 나 혼자 보낼리는 없을테니. 총알 한방에 기능을 상실한 손목 시계는 아주 원초적인 기능만 했고 킹스맨 안경은 부서졌지. 수트엔 총알이 박혀있고 밑단은 일부 찢어져 있는데 내가 가면 어딜 가겠나. 멀쩡히 집에 돌아와야지."


멀린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당황한듯 작은 헛기침을 했다.


"런던에 유기동물 신고처 내일 아침까지 알려주게."
[유기동물이요? 어디서 개라도 주워오셨습니까?]
"아니, 고양이."
[......네?]


기분이 언짢아진 해리는 인사도 없이 전화기를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갔다. 물론 가는길에 이불에 쌓여있는 작은 생명체가 아직 숨쉬고 있는지 확인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 * *



"아아앙--"


느닷없는 아기 옹알이 같은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잠결에 눈을 비비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먼저 자신에겐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번째로 어제의 교전으로 몸이 쑤신다는 것에 나이 먹었음을 깨닫고, 세번째로 그 교전의 끝에 작은 동물 하나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오아아앙-"


꼭 말을 하는 것 처럼 혀를 움직이며 소리내는 것으로 들린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내미니 어느새 보송해진 털을 자랑하는 고양이 녀석이 별로 세지도 않은 힘으로 이불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와아앙-"
"어, 그래. 안녕."


인사같다고 느껴서 대답을 했을뿐인데 스스로 무슨짓을 하나 싶었던 해리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녀석을 밟지 않게끔 비어있는 자리에 조심히 발을 내딛어 실내화를 신었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녀석은 해리의 발목께에 얼굴을 비비며 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설마 물려고 그러나... 잠시 굳은자세로 있으니 녀석은 긴 꼬리로 발목을 한번 휘감다가 조금 떨어져서 맑은 눈을 하고 저를 올려다 본다.


"배고프니?"
"아옹-"


사람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건지 정확한 템포로 나오는 울음소리에 해리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멀지도 않은 부엌까지 가는길에 녀석은 몇번이나 발에 채일뻔했고 해리가 자리에서 멈추자 그의 주변을 돌며 몸을 부볐다.


"고양이 사료 없는데... 개랑 비슷하게 먹이면되나."


급한대로 휴대폰을 열어 '고양이 밥'을 검색해봤지만 나오는내용은 전부 사료정보 뿐이다.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조리대에 엎어둔 해리는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서 작은 볼에 담아 전자렌지에 살짝 데웠다.


"찬걸 먹으면 배탈나겠지?"


발아래엔 자세를 살짝 낮추고 느린 속도로 꼬리를 살랑거리는 줄무늬 고양이가 저를 예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 * *



배가부르기라도 한건지 녀석은 소파위로 한번에 뛰어올라 -분명 피클스는 저 높이를 힘들어했는데- 소파의 쿠션을 물고 던지며 장난을 치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치곤... 몸이 좀 크지 않나? 원래 고양이가 이런가?
한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다른 한손으로는 턱끝을 쓸던 해리는 소파위를 종횡무진하는, 데려왔을때보다 -그 짧은 사이- 조금 큰것같은 녀석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한창 쿠션을 가지고 놀던 녀석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돌려 해리를 바라보다 몸을 낮추고 꼬리를 느리게 살랑인다.
밥을먹으며 구글링 해본 결과 저런 행동은 '공격'이라는 뜻이라고 했는데....
잠시 멈칫한 사이 소파위에서 순식간에 해리의 가슴위로 떠오른 녀석은 앞발로 해리의 온몸을 잡고 버티며 자신의 작은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부비며 '그르릉'하는 소리를 냈다.

여전히 자신은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대체 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는 왜 내는거지? 강아지는 보통 화가 났을때 그러는데....궁금한것이 투성이었다.
일단 컴퓨터 앞에 앉은 해리는 포탈사이트를 열어 대뜸 '고양이'를 검색했다.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이 쏟아지는데 그 많은 고양이중 '우리집'고양이를 닮은 이미지는 없었다.


[고양이]
[줄무늬 고양이]...
[노란 고양이]...


그 어떤 검색결과로도 비슷한 녀석이 나오지 않는다.


"와아앙-"


제법 우렁찬 소리를 내는 녀석을 돌아보며 해리는 가볍게미소지었다.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하는 모습이 꼭 맹수같아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호랑이 같은 고양이'를 하자 비로소 원하는 이미지가 나온다.


[뱅갈 고양이]


노란색과 검은색 털이 잘 섞여있는 늠름한 모습. 귀가 크고 귀 끝엔 다른 곳보다 조금 긴 검은털이 자란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발도 큰 것 같고... 해리는 한참이나 검색결과로 나온 사진들과 때마침 제 발밑에 자리잡고 배를 까고 누워서 졸기 시작하는 녀석을 번갈아 봤다. 이미지 검색결과와 뭔가 조금은 다른데... 저절로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혹시 다른 종류인지 싶어 사진을 찍어서 질문글을 올리려고 하자 조금전까지 졸던 녀석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몇번의 '찰칵'소리가 울렸지만 건져진 사진은 모두 '유체이탈'샷 뿐이었다.
결국 해리는 한숨소리와 함께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질문: 저희집 고양이가 뱅갈고양이 같은데, 검색해보니까 줄무늬 보다 동그란 무늬가 많더군요. 얘는 거의 줄무늬 인데 뱅갈고양이가 아닌걸까요?
추신: 사진찍어서 올리려는데 너무 날아 다녀서 이렇게 밖에 찍은사진이 없습니다.
첨부된 이미지: '유체이탈.jpg']


글을 올리고 또 귀신같이 알아채고 근처에서 새근새근 자는 녀석.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살짝 비스듬히 앉아 녀석을 보고 있으니 유기묘 센터에 보내는게 맞을지 잘 모르겠다. 고양이가 저정도면 거의 다 큰거 아닌가? 조금 더 큰다고 해도 아기 고양이 아니라면 분양도 잘 안될 것이고... 굉장히 취향타는 디자인 일텐데.


'띵-'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에 한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밀어 내용을 확인했다.


[답변: 뱅갈고양이가 모두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고양이 무늬는 사람의 지문에 해당해서 모두가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표범처럼 동그란 무늬로만 된 녀석도 있고 호랑이 처럼 줄무늬만 있는애들도 있어요. 보통은 두 패턴이 모두 섞여 있는 편이구요. 그리고 활달한 편이라 사진에서 보이는 만큼 ㅋㅋㅋㅋㅋ 시도때도 없이 날아다닙니다. 사진찍기 어려우실거예요.
그리고 종류에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사랑스럽지 않나요? 종을 파악하기 보단 사랑으로 감싸안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뒤에 주석은 왜 달린거지?
해리는 뭐가 잘못됐나 싶어 뱅갈고양이에 대해 조금더 검색했고 두어번의 검색만으로 뱅갈고양이의 시중 거래가격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비싼종이면 팔거라고 생각했나..."


괜히 기분이 언짢아져 고개를 돌려 잠들어 있는 녀석을 바라봤다.


'삐--'


알림음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뜬 작은 메시지.
멀린이 송신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기묘센터.

해리는 수신된 문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다시 방 한복판에 사람처럼 대자로 누워자는 녀석을 바라봤다.



.... 그냥 키울까?



* * *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외출만 하고 들어오면 집안 어딘가를 난장판을 만들어서 강아지 용으로 나온 울타리까지 설치해봤지만 점프력이 상당한 고양이에게 절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고. 또 주인이 소중히 여기는건 귀신같이 알아서 지가 기분이 나쁠때면 주인이 아끼는 것을 보는 앞에서 발로 쳐서 밀어버린다는 것도 알았다.
자신의 점프력을 맹신해서 지금 서있는 곳이 미끄러운줄도 모르고 온힘을 다해 점프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고, 꽃병을 온몸박치기를 해서 깨먹은 적도 있었다.

원래 자잘한 장식과는 담을 쌓은 삶이었다.
그런 해리하트의 집에 지금은 그 어떤 장식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허리 높이에 있던 액자와 책들이 없어졌고 그 다음엔 눈높이의 책장에 책들이 바짝 앞으로 나와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그 이후엔 손을 올려야만 닿을 높은 위치에 고양이가 자리잡을 만한 공간이 없어졌다.

그리고, 해리하트에게 이틀 이상의 장기 휴가가 한달째 사라졌다.
어느날 멀린이 이틀이상이 필요한 작전에 투입하자 해리가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말을 했을때 그는 믿지 않았다. 말같은 변명을 하라고 궁시렁 거리며 작전에서 제외시켰을뿐. 그리고 두번째로 또 같은 말을 했을때 멀린은 그를 째려봤으며, 세번째로 말했을때는 진짜냐고 5번쯤 되물었다. 해리가 그에게 '유체이탈42.jpg' 를 보여주고 나서야 멀린은 그의 말을 믿었고 동시에 어이없어 했다.


'동물학대가 아니길 바랍니다.'


사실임을 인식한 그의 첫말은 그랬다. 물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뱉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런데 과연 그것이 동물학대일까... 인간학대일까.


한 달.
고양이가 원래의 크기보다 두배로 자라기에 충분한 시간?
검색도 하고 질문도 남겨봤지만 남겨진 답변은 전부 '고양이 확대범'이라는 말뿐이었다. 뒤에 붙은 '범'이라는 글씨에 제가 언제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끈했지만 그게 진짜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화를 억눌렀다.
그런데... 저게 그냥 일반 적인 확대일까.


"T."


아 물론 지난 한달동안 이름을 지어주는 성의 따위는 없었다. 호랑이를 닮은 외모 때문에 Tiger의 T를 호칭으로 했을뿐. 제법 똑똑한 녀석은 그 호칭이 자신을 뜻한다는 걸 알았고 이렇게 부르면 코앞까지 풀쩍 뛰어와 앉은 자리에서 예쁘게 올려다봤다. 길게 늘어진 꼬리끝이 살랑이는건 '흥미로움'이라고 했지.


"4일 동안 출장갔다 올거야."


그의 꼬리는 여전히 살랑거린다.


"4일 동안 혼자 밥먹어야 한다는 소리야. 절대 뭐 망가뜨려도 안되고. 알아들어?"


알아듣겠냐.


"따라와."


고개를 까딱이며 먼저 앞장서자 몸을 일으킨 녀석은 그를 따라 걸음을 뗀다. 해리는 조리대 아래의 문을 열고 안에 담긴 고양이 사료와 간식들을 가리켰다. T는 해리가 가르키는 곳과 그를 번갈아 보며 별 표정없이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었다.


"여기 식량이 있고.. 이거 문짝 떼놓고 갈테니까. 배고프면 먹어. 날짜별로 사료 구분해놓을거고... 하, 내가 뭐하고 있는거냐."


그냥 돌보미를 부를까 했지만 멀린에 의해 저지됐다. 국가 일급 스파이 집에 민간인을 들이겠다는 소리냐며 본인이 중간에 한 번 오겠다는 말을 듣고 난 다음에야 다른 사람을 들이겠다는 말을 더이상 하지 않았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올거니까 물거나 쫄지 말고."
"와아옹-"


녀석은 정말 대답하나는 기가 막혔다. 고양이들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해리는 그의 말을 그냥 대답을 했겠거니 하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방올게."
"...."


나간다는 사인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앉은자리의 그의 표정이 조금 슬퍼보여 괜히 가슴속이 찌르르 하고 울렸다. 손을 내려 조금 커진 녀석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눈을 찡긋 하고 정말 아이같은 목소리로 '애오오' 하다가 그르릉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처음엔 그 소리도 좀 작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큰고양이]
[가장 큰 고양이]
[고양이 몸길이]...


수많은 검색끝에 어쩌면 뱅갈이 아니라 메인쿤 고양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도 너무 큰데.



* * *



4일이 걸릴거라는 멀린의 보고를 들었지만... 둘째날 집으로 가기로한 멀린이 다른 작전에 투입되는 바람에 집으로 들리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해리는 정말 말도 안되는 속도로 적을 소탕하고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장기출장 가나봐라. 젠장, 망할.'


별의 별 생각이 다들었다.
첫날 모든 식사를 다먹고 배가불러서 누워있다가 이튿날부터 먹을 것을 찾지 못해 피골이 상접했거나,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또 장난을 치다가 집을 난장판을 만들거나.... 그래, 차라리 난장판을 만드는게낫지. 장난을 치다가 다쳤거나, 음식을 못찾아 먹었거나, 굶어서 피골이 상접했거나 하면 어쩌지.

런던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 멀기만 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원래의 일정보다 하루 먼저 집에 도착한 해리는 현관문을 벌컥열고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누워있거나 저를 향해 달려나오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집을 나간건가 싶어서 열려진 창문이 있나 살펴봤지만 그것역시 보이지 않았다.


'달그락-'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달려갔다가 그곳에서 하마터면 품속의 무기를 꺼내들뻔 했다.
대체 저 실오가리 하나 걸치지 않고 우리집을 휘젓고 다니는 소년은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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