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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에그시] 변호사

리퀘박스 13 180428 리퀘 [다아시에그시] 변호사



시점오락가락ㅈㅇ, 막전개ㅈㅇ
오타비문ㅈㅇ, 8천자 이후 유료게시. (총 25,900자)
20대중반, 40대 초반.







"그러니까 해당 시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소리네요."
"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무리 안에 친구들이 있어서 인사는 했지만...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만약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면 왜 그자리에서 경찰이 쫓아오는데 도망가지도 않고 잡혔겠어요. 전 정말로 그게 뭔지 몰랐어요!"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고 과격한 분장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태를 아예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요."
"좋아요. 그래요. 행사정도 일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뭐 이런 저런 축제 같은거 있잖아요. 피켓에 무슨말이 써져 있는지는 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많이 들고 있었는데 못봤다고요?"
"몰라요 기억이 안나요 아무튼."
"그들중 하나가 행인에게 폭력을 가하고 피해자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알고있나요?"
"...아니요."


심문을 하던 남자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서류 아래 감춰둔 사진을꺼내 맞은편의 청년에게 내밀었다. 청년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사진을 낚아채곤 뚫어지게 들여다 본다.


".... 제가 아니예요."
"어떻게 입증하죠."
"...."
"그날 언윈씨가 입고 있던 의상 착의와 비슷합니다."
"누군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저같이 입고 다니는 애들 많아요. 제가 무슨 브랜드 옷을 골라서 입은 것도 아니고... 다 시장 옷이라구요. 전국에 수백벌은 있을거예요. 이것만 가지고 저라고 할 수는 없어요."
"네, 공교롭게도 그자리에서 언윈씨가 체포된것만 제외하면 말이죠."
".... 제 말을 안믿으시나요."
"아니요. 믿습니다. 안믿었다면 당신을 변호한다고 나서지도 않았겠죠."
"변호사...세요? 경찰이 아니고?"
"사건의 수사 방식이 언윈씨에게 매우 불리하게 흘러라고 있어요. 피해자의 가족이 고액의 변호인을 꾸렸다는 소리가 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당신이 표적이 되는 겁니다."
"... 왜요. 전 돈도 없고... 뭐 뜯어 먹을 것도 없어요."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어요. 그들이 원하는건 돈이 아닙니다."
"...."
"범죄자를 직접 잡아 처단하고 사회로 부터 격리시키고 싶어하는거죠."
"저는..."
"아닌것 같네요."
"이제... 어쩌면 좋죠. 변호사님."


남자는 품안에 손을 넣어 작은 종이명함 한장을 꺼내 넘겼다.


"잘못된 문제는 바로잡아야죠."
"저 근데... 전 변호사를 선임할만한 돈이 없는데..."
"... 언윈씨는 유난히 돈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네요."
"돈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변호사 선임은 커녕 다음주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인데 돈이야기를 안할 수는 없잖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저는 변호사 수임료를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언윈씨가 잘만 협조해준다면 재판에서 확실히 무죄도 입증해드리죠."
".... 이유를 여쭤봐도 되나요?"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에그시와 한참동안 눈을 마주할뿐 당장 그럴싸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3일뒤에 사건심사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수집한 언윈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위서를 작성할거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내일 저녁에 다시 연락 드리죠. 3일동안은 당분간 다른 약속 잡지 마세요."
"다른약속이요? 저 구치소에 있는게 아니예요?"
"오늘 댁으로 돌아가실 겁니다."


그는 다른 일정이 있는 사람처럼 왼쪽 소매 아래에 숨겨진 손목시계를 살짝 털어 보며 가방에 서류들을 담고 케이스를 닫았다.


"도주의 의지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고 불구속 조치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럼 돌아가계시죠."
".... 어떤 근거로 그러셨는데요?"
"내일 저녁에 다시 연락드리죠."


에그시의 질문에 그는 별다른 대답없이 상담실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후 들어온 경찰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상담실의 문을 다시 활짝 열고는 에그시를 흘끔보고 나가라는듯 고개를 까딱였다.

사건이후 3일동안 갇혀서 꼼짝을 못했는데 이렇게 바로 풀린다고? 오늘 처음본 알지도 못하는 변호사는 또 뭐고?

손에 들린 명함은 간결했다.
프라임로펌 변호사 마크 다아시. 이 사람 대체 누군데?



* * *



"하아..."


긴 한숨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하얗게 부서졌다. 손에 들린 술병을 다시 기울이고 깊은 숨을 내쉬며 걸터앉은 그네에 몸을 기대고 발끝을 까닥였다. 어린이 용으로 만들어 져서 그런건지 성인인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삐걱거리를 소리를 내며 그네가 앞뒤로 살살 움직인다. 그네따라 흔들리다 주머니에 걸쳐져 있던 지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벌어진 반지갑으로 보이는 자신의 로스쿨 신분증에 헛웃음이 나왔다. 마크 다아시 이름 뒤에 장난스레 손글씨로 적혀 있는 한 여자의 이름.


"진짜 좆같다."


눈을 감은채 피식 웃으며 욕지거리를 뱉고 몇번더 그네를 까닥이다가 손에 들린 술을 찾자고 눈을 뜨니 멀지 않은 곳에 10살이 조금 넘었을것 같은 꼬마 아이가 보였다. 설마 내가 한 욕을 들었을까. 애들 앞에서 욕하면 안되는데... 아 맞다 여기 어린이 놀이터지.
아이는 제 모습이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양 한참동안 시선을 마주친채, 자리를 뜨지도, 무엇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네 자리니?"


꼬인 발음으로, 술냄새를 잔뜩 풍기며 질문을 던지자 아이는 잠시 후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저씨가 미안."


그네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애들이 하는 일에 토를 달 수도 없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이 떨어진 지갑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옆자리 그네에 다시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정말 아이의 자리가 맞았는지 아이는 짧은 다리로 폴짝 올라타서 앞뒤로 신나게 그네를 탄다. 흔들리는 그네가 조금전 처럼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걸 보니 역시 저가 무거운 탓이었나 보다.

아이가 옆에 있으니 욕을 할 수도 없고 손에 들린 딱 한모금 남은 술을 마저 비울 수도 없어서 그네줄에 머리를 기대고 긴 한숨을 뱉었다. 잠시후 바로 옆에서 들리던 그네소리가 멈추더니 다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아저씨도 부모님이 싸워요?"
"...뭐?"


이게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싶어 인상을 찌푸리고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정말 순수한 얼굴로 저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 내가 부모님이 부부싸움해서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하하. 아니. 아저씨 혼자살아."
"우와... 좋겠다."
"그게 뭐가 좋아."
"부럽다..."


아이는 다시 시선을 떼고 땅에서 떨어진 발끝을 까닥이며 그네를 살살 움직였다. 그러고보니 아이가 보는 세상은 자신이 겪은 일이 전부라던데...


"부모님이 싸우셔서 나왔니?"
"네."
"눈치보였구나."
"무서워서요."
"어느집이나 부모님들은 조금 다투기도 하고 그러는거야.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 하지만 친구들은 아버지가 막 때리진 않는댔어요."


그건 좀 다른 얘기였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
"네. 가끔요."
"... 너도 맞았니?"


그제서야 얼굴 한쪽이 붉게 핀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네."


당장 아동학대 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신고를 하면 이아이는 누가 책임지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뭐라고 그런 일까지 참견하겠는가. 변호사시험도 실패하고 여친도 잃은 제가 뭐라고...


"안춥니?"
"조금요."
"여기 언제 까지 있으려고."
"새벽이면 두분다 잠드실거예요. 그때 들어가면 되요."


아이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이런일이 일어난게 한 두번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어?"


아주 날을 잡았구나. 비까지 오냐 정말.


"난 집에 갈건데 넌 여기 계속 있을거야?"
"지하도 쪽으로 가면 비 피할 수 있어요."
"이시간에? 거기 나쁜 형들 많을텐데..."
"다 저랑 잘 알아요. 가끔 맛있는것도 사줘서 괜찮아요."


여기서 '그래 그럼 그 형들하고 잘지내' 라고 하고 집으로 가버린다는 건 뭔가 범죄에 일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이 시간에 지하도에 모인 애들이 얼마나 뻔한 애들인지 자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어린 꼬마에게 술 담배등 나쁜일을 권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럼 아저씨네서 잠깐 쉬었다가 아침에 갈래? 나도 아침엔 나가야 하거든."
"진짜요? 그래도 되요?"


반짝이는 눈을 떠보이는 아이의 어깨가 빗방울에 조금씩 젖어들어간다.


"야, 너 낯선사람이 같이가자고 했을때 따라가면 안 되는거 안 배웠어?"
"... 아저씨 나쁜 사람이예요?"
"아니."
"그럼 됐죠 뭐."


그네에서 폴짝 뛰어내린 녀석은 아직도 그네에 엉덩이를 붙히고 앉은 자신의 앞에 마주 보고 선다. 산책중에 당장 집에가자고 보채는 강아지 처럼.


"넌 이름이 뭐냐?"
"에그시요. 에그시 언윈."



* * * 



"에그시! 별일 없었니?"


경찰서에서 나온뒤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후 늦게 들어오니 오늘도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부은 얼굴을 한 엄마는 자신보다 한참 큰 아들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자 바로 후회가 됐다. 싫어도 들어올걸...


"괜찮아요."
"경찰서 였다면서. 어떻게 된거야. 풀려난거야?"


한손을 들어 한쪽눈을 가리고 있던 그녀의 앞머리를 살짝 걷어냈다. 바로 고개를 돌려 제 손을 피하긴 했지만 눈가의 선명한 멍자국은 감출 수 없었다.


"엄마."
"그래."
"우리 어디 멀리 도망갈까."
".... 에그시."
"지겹지 않아요?"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아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자신보다 작아진 어미의 마른 등을 마주 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갑자기 체포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네가 그런일을 할 아이가 아닌데. 엄마가 가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그럼 이제 다 해결된거지?"
"... 네 뭐. 어느정도는."


중상을 입은 피해자가 있고 피의자로 고소된 일에 대해 그대로 말할 수 없어 말을 대충 얼버무렸다. 변호사가 선임되었다는 말을 해봐야 아마 제 어미는 믿지도 않을 것이고 계속해서 걱정을 더하겠지.


"어느정도? 아직 남은거야?"
"그... 사건 조서를 써야 한대요. 계속."
"3일동안 애를 붙잡아 놓고 또 계속 부른다는거야? 정말 이 나라의 경찰들도 다 썪었어. 이렇게 착한 우리 아들을..."


몸을 떼고 제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짓는 그녀에게 에그시는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였다.


"난 괜찮아요."


그때 닫혀있던 현관문이 벌컥열리며 찌든 약냄새와 술냄새를 가득 풍기는 낯설지 않은 중년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머그시. 용케도 나왔네."
"..."
"넌 임마. 어른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냐!"


그의 두꺼운 손이 에그시의 뒤통수를 기분나쁘게 툭툭 때렸다. 에그시는 눈을 내리뜨고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행동에 '피식' 대고 웃은 남자는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몇개 건넸다. 그 돈을 바라본 에그시는 돈을 받는 대신 시선을 올려 자신보다 한참 큰 그를 올려다 봤다. 정확히는 노려봤다고 해야 할까.


"엄마랑 할얘기가 있으니까 잠깐 나가 있을까? 뭐 맛있는 거라도 사먹고."


대답없이 그를 노려보던 에그시는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을 낚아채 손바닥에 펼쳤다.


"4파운드로는 맥도날드도 못 먹을 텐데요."


다시 그에게 내밀며 비아냥 거리며 말을 잇자 남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이내 그의 커다란 손이 눈높이로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그손이 움직이기 전 제 엄마가 그 손목을 잡아 뒤로잡아 끄는 것이 더 빨랐다.


"에그시. 잠깐 나갔다 올래?"


그녀의 주머니에서 10파운드의 지폐가 나와 제 호주머니에 꽂혔다. 이로써 그녀는 그 몰래 약간의 돈을 숨겨둔 죄가 더해질 지도 모른다.


"어서."
"...싫어요."


뻔했다. 두시간쯤 지나 집으로 들어오면 엄마라는 사람은 또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거고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이남자는 샤워를 하거나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고 있거나 둘중 하나를 하겠지. 아니면 제 똘마니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거나.


'똑똑'


상상치도 못한 난데없는 노크소리에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아무도 적당한 대답을 못하는 사이 '똑똑똑'하는 노크소리가 한 번더 들렸다.


"누구세요."


앞으로 나선 그녀가 두 남자들 대신 문을 열었고 열린 문의 밖엔 둘은 처음 보는, 에그시는 어제 오후에 처음 본 멀끔한 차림의 남자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있었다.


"아, 언윈씨. 다행히 집에 계셨군요."
"...네."
"생각해보니 연락처를 받지 않아 서류에 기재된 주소로 찾아왔습니다. 어.. 실례를 끼친거라면 죄송합니다."
"에그시, 아는 분 이시니?"
"아, 저는..."
"경찰이세요."


자신을 소개하려는 마크의 말을 막으며 에그시가 둘러대자 마크는 살짝 놀란눈을 하며 다시 에그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수상하고 쩌든내를 풍기는 중년의 남자는 집안쪽으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머그시, 또 무슨 사고를 쳤길래 경찰분이 집까지 오냐."
"....그러니까..."
"잘못 한 것은 아니고 지난 불미스러운 사건의 진범을 잡는데 에그시 언윈씨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서 수사 참조인으로 뵙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로 건네는 말에 남자의 얼굴이 찌푸려졌고 여인의 얼굴은 오히려 밝게 폈다.


"사실이니 에그시?"


그리 반가운 소식도 아닌 것 같은데 화색으로 펴는 그녀의 얼굴과 말도안되는 소리로 둘러댄 마크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에그시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충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경찰분 이신데 제가 처음 봅니다?"


각종 크고 작은 경범죄로 경찰서를 들락거린 그의 말에 에그시는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서 범죄에 누명을쓰고 변호사가 선임되고 재판이 진행될거란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 경찰청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근무하진 않습니다."


그의 능숙한 변명에 에그시는 작은 안도의 숨을 쉬고는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저랑 얘기하려고 오신거죠?"
"네."
"그럼 잠시 들어오실래요? 어... 그... 차라도."
"나가서 얘기하는 편이..."
"아니요! 들어오세요. 집이 좀 누추하긴 하지만 그... 제가 나가서 커피라도 사올게요."


마크의 손목까지 잡아끄는 에그시는 그를 거실 한가운데로 끌어다 이상한 쓰레기가 널려있는 소파위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대충 정리하곤 그를 억지로 앉혔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에그시의 행적을 쫓던 마크는 옆에선 중년의 남녀를 보다가 작은 숨을 내쉬며 소파위에 가볍게 자리잡았다. 상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여인과 술에취한 남자라니. 억지로 저를 끌어다 앉힌 것을 보면 조금 전 또 어떤 폭력적인 분위기가 형성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행범이 아니니 체포를 할 수도 없고 어째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에그시의 손에 차가운 물이 담겨 제 앞으로 내밀어졌다. 마주본 그의 표정에 밝은 미소와 고맙다는 듯한 눈빛이 그려졌다.


"... 그날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들으려고 하는데..."


이야기를 깊게 하자면 변호사라는 것이 탄로난다. 경찰의 수사방식과 변호사의 사건경위 수집은 분명히 방법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마크는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열어 간밤에 정리한 서류를 에그시에게 내밀었다. 그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이 옆에 앉으며 그 문서를 함께 보려하자 마크는 손을 내밀어 그 서류를 접으며 그녀가 보지 못하게했다.


"기밀로 진행되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고, 가족이예요."
"그..."
"중요한 일이래요. 그래서 공유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렇구나."


그에게서 받은 서류의 상단에 '고소장'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 문서를 그녀에게 공유했다간 다른 걱정거리를 하나 더하는 것이나 다른 없었기에 에그시는 마크보다 먼저 문서를 반으로 접으며 그녀가 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상황을 알지 못하게 된 중년의 남자는 곧 흥미가 떨어졌는지 손에 들려있던 외투를 다시 챙겨입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나 나갔다 올게."


가족인듯 하지만 마크의 맞은편에 앉은 둘은 나가는 남자에게 '잘 다녀오라는 둥'의 살가운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집임에 틀림이 없다. 멍이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니 시선을 눈치챈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라는둥의 말을 둘러대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괜찮은 타이밍에 왔나보네요."


작게속삭이는 마크의 목소리에 에그시는 살짝 미소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언윈씨."
"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세요."
"...."
"지금 나는 현장을 목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쪽에 아는 분이 많으세요."
"...."
"금방 풀려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날엔 분위기가 더 안좋아져요."


에그시는 가볍게 눌러쓴 모자를 살짝 들어올리며 제 눈썹 모양을 가르고 있는 상처를 손끝으로 톡톡 치며 가리켰다.


"언제 그런건가요."
"제작년인가? 몇년 됐어요."
"어렸을때는 괜찮았고?"
"아주 어렸을땐 제 이름으로 후원이 들어와서 저한텐 좀 덜했는데... 성인이 되고나서 후원이 끊기니까 뭐 저도 다치던지 말던지 상관없어진거죠. ... 아 뭐 이런얘기를 하고 있지. 그냥 사건얘기 하시죠."


마크는 밝게 웃어보이는 에그시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내밀어진 서류를 가리켰다.


"서류에 사건 시간 및 발생경위, 상해자에 대한 정보등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법조항 같은건 안읽어봐도 되고 해당 내용에 자신이 그자리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성립되어야 하니 일단 문제가 없는지 서류부터 읽어주세요."
"네."


에그시는 반으로 접혀진 문서를 다시 곱게 펴며 알수없는 수많은 법조항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 사건 개요부분을 가만히 곱씹으며 읽어내려갔다. 집중하느라 가늘게 떠진 눈과 굳게 다물린 입술을 보며 마크는 아주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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