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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에그시] 아침

그냥 잔잔하고 달달한거



+모처에 올렸던글 





새소리도,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 오랜만에 알람도 없이 햇빛에 깬 날이었다. 두어번 눈을 꿈뻑이며 바라본 옆자리엔 반쯤 입을 벌리고 기절하듯 잠든 아이가 있고 시선을 돌려 바라본 벽시계는 오전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람이 없어도 이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인것 같아 해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 미소를 살짝 머금고는 다시 눈앞의 아이에게 촛점을 맞췄다.


반쯤 벌어진 입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뒤로 꺾여있는 어깨를 보고 숨을 터뜨리듯 미소지었고 그 작은 움직임에 인기척을 느낀건지 아이는 벌어진 입을 살짝 닫으며 슬그머니 눈을 떴다. 아니, 떴다고 단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꿈뻑이던 아이는 이내 벌어졌던 입을 닫고 콧바람을 내며 살짝 웃고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해리의 목 쪽으로 고개를 파 묻는다.


"몇시예요?"


다 갈라진 음성으로 작게 중얼거리다가 제 목소리에 놀란건지 몇 번 헛기침을 해댄다.


"7시가 조금 넘었구나."


그 어깨를 끌어당기며 정수리에 입술을 대고 역시 웅얼거리듯 말을 뱉었다.


"더 자도 되요?"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 어깨를 가만히 쓸어내리며 아기를 다독이는 것처럼 두어번 토닥이자 제 허리를 잡은 아이의 손에 힘이 빠지며 몸이 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새 잠이 들어 또 고른 숨소리를 내는 것을 한동안 감상하다가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히 움직여 침대 밖으로 몸을 빼냈다.

7시반.
일어나지 않아도 될 주말이었지만 이 시간을 넘겨 늦잠을 자면 괜한 두통에 시달리곤 한다.




-





"해리?"
"응."


고개를 돌려뒤를 보니 옷가지를 대충 챙겨입은 에그시가 눈을 부비며 주방입구에 서서 멍한얼굴로 저를 보고 있다.


"아침부터 뭐해요?"
"더 자지 않고."


빙긋웃으며 대답하니 저에게 천천히 걸어와 옆구리를 끌어안으며 어깨에 고개를 부비며 말을 더한다.


"옆에 없으니까 잠이 안와요."


애교라도 부리듯 웅얼거리는 말에 그 작은 머리통을 끌어안아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번쩍 떨어지며 허리를 감았던 손을 푼다.


"아, 아직 머리 안감았는데."
"네 향기가 샴푸 향보다 좋구나."


미소지으며 장난스레 전한 말에 눈을 흘기면서도 발그레 해지더니 제 어깨를 힘껏 밀치고는 슬리퍼를 직직 끌며 욕실로 걸어간다. '네 향기가 좋다'고 말했지만 그는 결국 샴푸향을 가득 품고 돌아올 것이다. 그리곤 가타부타 말도없이 또 다른 고백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내일도 지금도 내눈엔 네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



"해리와 동시에 받은 휴가라니 이상해요."
"뭐가?"
"휴가가 자주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꼭 우리둘은 안맞았잖아요."
"그랬지."
"그것도 출퇴근용으로 보내지 꼭 해외 출장을 보내서 얼굴 보기 더 힘들게 해놔. 멀린 영감탱. 질투나하고. 머리 다 빠져라."


창가에 걸터앉아 핫초코를 들고 악담을 하는 에그시의 표정이 귀여워 해리는 입술을 앙다문채 미소를 그렸다. 사실 에그시는 해리가 이런 표정을 지어보일때마다 푹 패이는 보조개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리고 그 표정에 기분좋은듯 웃어보이는 에그시의 미소역시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우리 오늘은 뭐할까요?"
"뭐 하고 싶은거라도 있어?"
"음... 모르겠어요. 생각해본적이 없어."
"왜?"
"그냥요. 뭐랄까... 같이 있기만 해도 좋으니까.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나봐. 해리는 없어요?"
"....그래. 나도 딱히 생각해본적이 없구나."


에그시가 기분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미소엔 따라 웃지 않고선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 기분좋은 미소를 제 안에 간직하고 싶어서 그랬을까. 예고도 없이 그의 얼굴앞으로 다가간 해리는 그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 떨어졌다. 찰나지만 잠깐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던 에그시는 아까보다도 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숨소리를 뱉듯 웃음을 터뜨렸다.


"못살아."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그는 난간에 기대있던 몸을 떼고는 제 어깨에 방실거리는 얼굴을 얹어놓으며 촛점도 맞지 않을 거리에서 제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다. 여전히 미소를 지우진 않았지만 약간은 의아하다는듯이 쳐다보고 있으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제 볼에 짧게 입술을 대곤 떨어졌다.


"진짜 좋다."


낮게 속삭인 그의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해리는 제 어깨에 얹어진 그의 턱을 손끝으로 잡아 살짝 당기며 아까보단 조금 더 긴 입맞춤을 선사했다.


"그건 내가 할말이었는데."
"그럼 먼저 하지 그랬어요."
"에그시."
"응."
"...."
"말해줘요."


해리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항상 서툴렀다. 한마디 말을 하기보다 행동을 하는 것으로 제 마음을 증명해보였다 .
지금 이렇게 그의 얼굴을 잡고 농밀하고 달콤한 키스를 선사하는 것 처럼.

말로 듣지 못한 것을 서운해할 여유는 없었다.
그의 혀끝은 제 입속을 헤집으며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므로.






+ 89.11.10 김태론 생일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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